반사회적 습관, 사실은 높은 지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어딜가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명절과 같이 친척들 모이는 날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사촌들 보고 왁자지껄한 것도 재밌었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시계를 보고 있었다.
“이제 슬슬 집에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슬금슬금 들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어졌다. 대학교 1학년 때도 비슷했다. 처음엔 친구들이랑 노는 게 그렇게 좋았다. 근데 몇개월 지나자 술자리가 길어지는 걸 점점 못 견뎌 했다. 2차, 3차까지 가는 자리에 남아 있는 게 힘들어졌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식이나 뒷풀이 자리, 특히 그게 길어질 때마다 속으로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 이상한 건가.”
모임에서 혼자 먼저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사람, 반사회적 습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어느 지점을 넘으면 혼자 있고 싶어졌다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가 이 습관들을 정리한 글을 봤다

코넬대학교 출신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Mark Travers) 박사가 Psychology Today에 쓴 글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냉정하다”, “무심하다”고 오해하는 습관 세 가지를 다루는데, 그중 첫 번째가 정확히 이거였다. 사교 활동보다 혼자 있는 걸 선택하는 습관.

트래버스 박사가 인용한 2016년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연구는 18세에서 28세 사이 성인 15,197명을 분석했다. 미국의 대규모 종단연구인 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Health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릴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결과다. 그런데 인지능력이 높은 사람들에게서는 이 관계가 반대로 나타났다. 사교 활동이 잦을수록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낮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걸 “사바나 이론”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심리적 반응은 조상들이 살던 원시 환경에 맞춰 진화했는데, 그게 늘 현대 생활과 맞아떨어지진 않는다는 이론이다. 인지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 당장의 사회적 무리에 덜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혼자 있는 저녁은 결핍이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연구 핵심 포인트
· 15,197명 대상 연구, 대부분은 사교 활동이 잦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 단, 인지능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이 관계가 반대로 나타났다
· 연구진은 이를 “사바나 이론”으로 설명 — 현대 사회 구조와 진화적 심리 반응의 불일치
· 사회적 자극에서 벗어날 때 default mode network(자기 성찰·사고 관련 뇌 회로)가 더 활성화된다

트래버스 박사는 같은 글에서 스몰토크를 피하는 습관도 다룬다.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인지 기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사소한 대화는 줄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더 많이 나누는 경향이 있었다. 얕은 대화가 계속되면 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일종의 결핍처럼 느껴진다는 설명이었다.

혼자 조용히 식사하는 사람
인지능력이 높을수록, 사교 활동이 잦을수록 오히려 만족도가 낮아졌다

그렇다고 이게 무슨 확실한 고지능의 증거는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릴 때부터의 그 패턴이 좀 다르게 보이긴 했다. 친척 모임, 대학 술자리, 회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확실히 “사교 활동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피곤해지는” 쪽에 가깝긴 하다. 근데 이걸 “그러니까 나는 지능이 높아서 그런 거였다”로 바로 연결하는 건 좀 성급해 보인다.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준 거지, 인지능력이 높은 사람은 다 이렇다거나 이런 습관이 있으면 다 지능이 높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럴 수도 있고, 그냥 체력이 달려서 그럴 수도 있고, 술자리 특유의 반복되는 대화 패턴이 지겨워서 그럴 수도 있다. 여러 이유가 겹쳐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 다만 적어도 “이런 습관 = 사회성 결여”라는 단순한 등식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제 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쓴 멍때리기 효과 글의 핵심 근거였던 그 2025년 Scientific Reports 논문이, 이 트래버스 박사 글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트래버스 박사가 꼽은 세 가지 습관 중 첫 번째가 지금 이 글에서 다루는 “혼자 있기를 선호하는 습관”이고, 두 번째가 바로 “멍때리기”인데, 그 두 번째 습관을 설명하는 근거로 예전 글에서 썼던 그 논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자료를 찾아서 쓴 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논문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였던 셈이다. 회식 자리를 못 견디는 것도, 멍때리는 것도,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은 없지만.

참고 : 멍때리기 효과

Travers, M. (2026, June 6). 3 “antisocial” habits that are actually signs of intelligence. Psychology Today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social-instincts/202605/3-antisocial-habits-that-are-actually-signs-of-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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