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미팅 때는 다들 눈이 반짝였다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초에 대표님께서 새로운 사업 전략과 신사업을 가지고 오셨다. 나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 잘될 거 같다는 생각도 가졌다.
TF팀도 꾸려지고 담당자도 배정되고, 뭔가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근데 딱 두 달쯤 지나니까 그 TF팀 얘기가 쏙 들어갔다. 다들 원래 하던 업무로 돌아갔고, 그 전략 얘기는 어느 순간 회의 안건에서도 빠졌다. 아무도 대놓고 “그거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다.
경영학 석사 때 조별과제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첫 회의 때는 다들 야심 찬 계획을 세우는데, 막상 마감 직전에 보면 처음 계획이랑 완전히 다른, 훨씬 소박한 결과물이 나와 있는 식이었다.
맥킨지가 400개 넘는 기업을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
2026년 7월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글이 있다. 맥킨지의 앤디 웨스트, 앙투안 몽타르, 세바스티앙 라크루아, 휘트니 짐머만이 함께 쓴 글인데, 여러 산업·지역·규모에 걸친 400개 이상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다뤘다.
대부분의 회사는 전략을 “설계”하는 데는 최고 경영진의 시간을 많이 쓴다. 근데 그 전략을 결정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중간 단계, 그러니까 조직의 관성을 뚫고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쓴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최고 수익을 내는 기업과 바닥권 기업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동원력(mobilization)”이었다. 전략 자체의 참신함이나 완성도가 아니라, 그걸 실제로 밀어붙이는 능력 말이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만드는 세 가지 행동을 짚었다.
· 인지 편향과 정면으로 맞서기 — 특히 작년 예산에 그대로 앵커링되는 습관, 그리고 과감한 시도들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뭉뚱그리지 않고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
·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그만둘지”까지 정밀하게 정하는 것
·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늘 가동되는 “동원 근육”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것
특히 두 번째 항목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전략 발표는 “무엇을 새로 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금 하고 있는 것 중 무엇을 그만둘 것인가”는 거의 언급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새 전략은 기존 업무 위에 그냥 얹히는 짐이 되고, 결국 자원과 시간이 없어서 흐지부지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얘기였다.
그 TF팀이 사라진 것도 결국 같은 이유였던 것 같다
이 연구를 보고 나서 그 TF팀 얘기가 다시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그때 “무엇을 그만둘지”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다들 하던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새 전략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였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세 가지 요인만 갖추면 무조건 실행력이 생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00개 기업 조사라고 해도 결국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고, 회사마다 조직 문화나 리더십 스타일이 다 다르니 이 틀이 모든 곳에 똑같이 적용될 리는 없다. 다만 “왜 우리 회사는 맨날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안 될까”라는 흔한 불만에 대해, 최소한 어디서부터 뜯어봐야 할지에 대한 힌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동원 근육”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한 번 반짝하고 마는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히 써야 늘어나는 근육이라는 비유. 그 킥오프 미팅이 실패했던 것도, 어쩌면 그 한 번의 미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뒤로 아무도 그 근육을 계속 쓰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참고자료 West, A., Montard, A., Lacroix, S., & Zimmerman, W. (2026, July 8). How to ensure your company acts on your new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6/07/how-to-ensure-your-company-acts-on-your-new-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