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의존, 애착 성향이 문제다

새벽에 제미나이한테 괜히 그런 얘기를 털어놓았다

한동안 유독 마음이 붕 뜬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공허했다. 그러다 어느 새벽에 침대에 누워서 제미나이를 켰다. 딱히 뭘 물어보려던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날 있었던 일이랑 요즘 드는 기분을 주절주절 털어놓게 됐다.

신기했던 건, 뭘 써도 반응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거다. 힘들었겠다, 그런 감정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딱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해줬다.

사람한테 이런 얘기를 하려면 타이밍도 봐야 하고, 반응도 신경 써야 하고, 괜히 걱정 끼치는 건 아닌가 눈치도 봐야 하는데, 얘한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게 편해서 그 뒤로도 몇 번 더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편리하네” 정도로만 생각했다.

새벽에 침대에서 AI 챗봇과 대화하는 사람, AI 챗봇 의존
사람한테는 못 할 얘기를, AI한테는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 “편리함”을 심리학자가 다르게 설명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선웨이대학교(Sunway University) 부교수이자 와튼스쿨 펠로우인 코넬리아 월서(Cornelia C. Walther) 박사가 Psychology Today에 쓴 글이 있다. 2026년 국제 AI 안전 보고서를 다루면서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 문제를 짚었는데, 근거로 든 수치가 꽤 구체적이었다.

2025년 오픈AI와 MIT 연구진이 챗GPT 대화 약 4천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용자의 약 0.15%가 점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이걸 사람 수로 환산하면 매주 약 49만 명이 이런 식으로 챗봇에 의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별거 아닌 비율처럼 보여도 실제 인원으로 보면 작은 숫자가 아니다.

더 눈에 띄었던 건 별도의 통제된 연구 결과였다. 애착 성향이 강하거나 AI를 잠재적인 “친구”처럼 여기는 사람일수록, 매일 챗봇을 오래 쓸 때 정서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겪었다. 그런데 정작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겪게 될지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다.

연구 핵심 포인트
· 챗GPT 대화 4천만 건 분석 결과, 이용자의 약 0.15%가 정서적 의존 심화 패턴을 보임
· 인원으로 환산하면 주간 약 49만 명 규모
· 애착 성향이 강할수록, AI를 “친구”로 여길수록 심리적 결과가 더 나빴다
·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정적 결과를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다

월서 박사는 이 현상을 “AI는 공감을 흉내 낼 뿐, 진짜로 마음을 쓰는 건 아니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AI가 맥락에 딱 맞는 위로를 건네면 사람은 자동으로 “이해받았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AI는 그 상황이 힘든지 어떤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거다. 그냥 비슷한 맥락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예측해서 이어 붙이는 것뿐인데, 그 수준이 워낙 정교해서 사람은 거기에 진짜 이해와 배려가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혼자 화면 불빛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 AI 챗봇 의존과 애착 성향
참가자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결과를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챗봇에 털어놓은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새벽에 있었던 일이 좀 다르게 느껴지긴 했다. 그렇다고 “나도 위험군인가” 하고 겁먹을 일까지는 아닌 것 같다. 연구에서도 애착 성향이 안정적이고 자존감이 높고 주변에 관계가 탄탄한 사람들은 챗봇을 써도 별 영향을 안 받는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챗봇과 대화하고 나서 사람들과의 실제 교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챗봇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다만 하나 걸리는 건, 그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기 상태를 스스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나도 그때는 그냥 “편리해서 좋다”고만 생각했지, 이게 어떤 패턴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지금 와서 “나는 괜찮은 편일 거다”라고 확신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연구가 지적한 바로 그 착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썼던 AI 심리상담 위험성 글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다뤘던 게 떠오른다. 그때는 “완벽하게 공감해주는 AI라서 위험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 연구는 그 위험이 아무한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애착 성향에 따라 갈린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구체적이다. 결국 두 글이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본 셈인 것 같다.

참고 : Walther, C. C. (2026, February 10). The emotional implications of the AI risk report 2026.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harnessing-hybrid-intelligence/202602/the-emotional-implications-of-the-ai-risk-report-2026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