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행복도, 한국인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부모님이 은퇴하시면 편해질 줄 알았다

부모님이 은퇴하시고 나면 표정이 한결 편해지실 줄 알았다. 출퇴근도, 회사 스트레스도 없어졌으니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은퇴 후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예상과 달랐다. 여기저기 아픈 데가 늘었고, 정기적으로 만나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었다. 표정이 더 편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종종 무기력해 보이는 날이 늘었다.

나이 들수록 행복해진다는 공식이 청년부터 깨지고 있다에서 다룬 적이 있다. 원래는 젊을 때 행복하다가 중년에 바닥을 찍고 노년에 다시 회복되는 U자형 곡선이 잘 알려진 규칙이었는데, 최근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 곡선이 깨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글은 서구 데이터 중심이었다. 한국은 어떨까. 애초에 한국에 U자 곡선이 있었던 적은 있을까.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은퇴한 중년 남성의 뒷모습
은퇴하면 편해질 줄 알았다

데이터로 보면, 한국은 애초에 U자가 아니었다

이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하는 국내 자료는 최유석·김여진(2021)이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2013~2020년, 만 19~69세 성인 대상, 응답자 수는 연도별로 5,000명에서 8,339명까지) 원자료를 분석한 연구다. 원문을 직접 확인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20·30대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60대가 가장 낮았다. 중년에 살짝 처졌다가 노년에 다시 오르는 U자 모양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계속 낮아지는 형태에 가까웠다. 2020년 조사부터는 70세 이상도 표본에 포함됐는데, 70대 이상의 행복감 평균은 6.0점으로 60대(6.2점)보다도 낮았다. 즉 한국의 원자료에서는 U자형의 ‘노년 회복 구간’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령대 간 격차의 크기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 20대와 60대 사이 행복감 격차는 2013년 0.54점이었다가 2018년 0.25점까지 줄었고, 2020년 다시 0.38점으로 벌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행복감이 특히 크게 떨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통계 그래프를 손으로 짚어가며 분석하는 모습
20·30대가 가장 행복했고, 60대가 가장 낮았다

그런데 통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심리학회에 실린 더 최근 논문(윤선 외, 2024)은 이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파고들었다. 이 논문은 한국노동패널조사(2019년, N=12,629)와 국민여가활동조사(2019년, N=10,060) 두 개의 대규모 자료를 각각 분석했는데, 성별·가구소득·교육수준·혼인상태·직업적 지위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인을 통제하지 않았을 때는 역U자형(중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이 나왔고, 이 변인들을 통제한 뒤에는 오히려 U자형이 나타났다. 이 논문은 초록 수준까지만 확인했다.

즉 “한국에 U자 곡선이 있다/없다”는 질문 자체가 통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질문이었다. 최유석·김여진(2021)의 원자료에서도 비슷한 낌새가 있다. 회귀분석에서 성별·교육수준·소득·건강상태 등을 통제하자, 60대에 비해 오히려 40대와 50대의 행복감이 더 낮게 나타났다. 단순 평균만 봤을 때는 60대가 가장 불행해 보였는데, 다른 조건을 맞춰놓고 비교하면 중년층이 더 불행해 보이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만 윤선 외(2024)는 두 방식 모두에서 나이와 행복 간 곡선적 관계의 효과크기 자체는 매우 작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든 나이 하나만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회복 구간이 없는 이유

그렇다면 왜 한국은 서구처럼 노년기에 행복이 다시 오르는 구간이 뚜렷하지 않을까. 최유석·김여진(2021)은 그 이유로 높은 노인빈곤율을 꼽는다. 은퇴 후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이 적고, 받더라도 급여 수준이 낮아 편안한 노후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문이 인용한 다른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3.9%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23.8%, 영국은 53.0%에 달한다. 사회 활동을 통해 노년기에도 관계와 역할을 유지할 기회 자체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서구의 전형적인 U자 곡선은 은퇴 이후 소득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회 활동 참여 기반도 갖춰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회복이다. 이 조건 자체가 약하면, 이론상으로는 회복돼야 할 구간에서 회복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나이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따로 있다. 회귀분석 모델에 성별·연령·교육·혼인상태 같은 인구학적 변수만 넣었을 때 설명력(R²)은 0.109였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와 ‘자유결정 정도(자기 삶을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 두 변수를 추가하자 설명력이 0.307로 거의 세 배 뛰었다. 2020년 기준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단(8~10점)의 행복감은 7.5점, 낮은 집단(0~2점)은 5.0점으로, 다른 어떤 집단 비교보다도 격차가 컸다.

나이 자체보다 사회적 지위와 자기 삶에 대한 통제감이 행복을 훨씬 더 강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부모님의 은퇴 후 무기력함도 다르게 읽힌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은퇴와 함께 사회적 역할과 소속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함께 줄어든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
나이보다 중요했던 건 사회적 지위와 선택의 자유였다

청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과 번아웃은 다른 얘기다

한 가지 짚을 지점이 있다. 이 데이터에서는 20·30대가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청년 3명 중 1명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에서 다룬 내용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축을 재는 지표다. 행복감·삶의 만족도 같은 전반적 평가와, 번아웃처럼 특정 영역(주로 일)에서 겪는 소진은 같은 사람 안에서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젊은 나이,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선택지, 활발한 사회적 관계 덕분에 행복도가 높게 나오더라도, 업무에서는 소진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최유석·김여진(2021)의 자료는 2020년까지이고, 이후 청년층의 상황(고용 시장 악화, 주거비 부담 등)이 더 나빠졌다면 지금 다시 조사할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글의 데이터만으로 “한국 청년은 다 행복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완벽한 설명은 아니다

몇 가지는 밝혀야 한다. 최유석·김여진(2021)은 원문 전체를 확인했지만, 윤선 외(2024)는 초록 수준까지만 확인했다. 두 연구 모두 데이터가 최신은 아니다(각각 2020년, 2019년까지). 또한 사회통합실태조사는 2013~2019년 자료에서 70세 이상이 표본에서 제외돼 있었고, 2020년부터 포함됐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윤선 외(2024)가 밝혔듯, 통제변인 투입 여부에 따라 곡선의 모양 자체가 바뀔 수 있고 전체 효과크기도 작다. “한국의 행복 곡선은 이런 모양이다”라고 하나로 단정하기보다는, 분석 방식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이 글의 결론에 가깝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서구식 U자 곡선을 그대로 한국에 대입하는 건 무리가 있고, 단순 평균으로 보면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계속 낮아지는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나이 자체보다 노후 소득, 사회적 관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일 가능성이 크다. 부모님을 보면서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것들 중 일부는, 실은 나이가 아니라 다른 문제였을지 모른다.

참고문헌

최유석, 김여진 (2021). 한국인의 행복 격차: 집단 간 변화 추이와 관련 요인.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22(12), 822–836.

윤선, 이윤희, 이태현, 윤지연, 윤가영, 정세원, 박선웅 (2024). 나이와 행복 간의 관계: 통제변인 투입 여부와 효과크기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및성격, 38(3), 2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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