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을 원했지만, 막상 받으니 억울했다
이전 글에서 두 달 동안 팀장에게 방향을 묻지 못했던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피드백을 구했는데, 막상 돌아온 말이 기대와 다르면 마음 한구석에서 방어적인 반응이 먼저 올라왔다. “이 부분은 사실 이런 사정이 있었는데”라는 설명을 속으로 준비하거나, 팀장이 맥락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넘기고 싶어졌다. 분명 피드백을 원했던 건 나 자신이었는데, 막상 받으면 왜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어려웠을까.

물어보는 데도 비용이 든다에서 다룬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2023년 조사를 다시 꺼내보면 이 모순이 더 뚜렷해진다. 직장인의 93.6%가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76.8%는 “한국 사회에서 피드백은 싫은 소리나 지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에 동의했다.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걸 받는 순간에는 지적으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조사에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직접 측정한 문항은 없었다. 필요성 인식과 실제 경험 여부를 물었을 뿐, 방어적 반응 자체를 조사한 항목은 다시 찾아봐도 없었다.)
1996년, “피드백은 무조건 좋다”는 통념이 처음 흔들렸다
이 방어적 반응이 왜 생기는지를 추적하다 보면 늘 만나게 되는 출발점이 있다. 클루거와 드니시(Kluger & DeNisi, 1996)가 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한 메타분석이다. 이 논문은 유료 저널이지만, 저자들이 공개한 전문을 직접 확인했다.
이들은 607개의 효과크기, 2만 3,663건의 관측치를 종합했다. 평균적으로 피드백 개입은 성과를 끌어올렸지만(d=.41), 전체 효과 중 38%는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렸다. 이 비율은 표본 오차나 피드백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저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피드백 개입 이론(Feedback Intervention Theory, FIT)’을 제안했는데, 핵심 주장은 이렇다. 피드백은 사람의 주의를 ‘과제’에 묶어둘 수도 있고, ‘자기 자신’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주의가 과제에 머물러 있을 때는 피드백이 효과를 낸다. 그런데 주의가 자기 자신—이 결과가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하는가, 내 능력은 어떤가—으로 옮겨가는 순간, 피드백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이 예측은 메타분석 데이터에서 실제로 확인됐다. 피드백이 자존감을 위협할 소지가 큰 상위 25% 조건에서는 평균 효과크기가 d=.08에 그친 반면, 위협 소지가 낮은 하위 25%에서는 d=.47로 훨씬 컸다. 흥미롭게도 칭찬(praise)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칭찬이 포함된 개입의 효과크기는 d=.09였던 반면, 칭찬이 없는 개입은 d=.34였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낙담시키는 피드백(discouraging FI)은 평균 효과가 아예 마이너스(d=−.14)로 돌아섰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주의를 과제가 아니라 ‘나’에게로 돌리는 순간 효과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마인드셋에 따라 같은 실패에도 다르게 반응한다
이 자기 초점화가 왜 방어로 이어지는지를 더 파고든 연구가 있다. 누스바움과 드웩(Nussbaum & Dweck, 2008)은 노력하면 는다는 말, 절반만 맞았다에서 다룬 바로 그 마인드셋 이론을, 실패 이후의 반응이라는 각도에서 검증했다.
이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능력은 고정돼 있다(고정 마인드셋)’거나 ‘능력은 늘릴 수 있다(성장 마인드셋)’는 믿음을 유도한 뒤, 낮은 점수를 받는 실패 경험을 겪게 했다. 그다음 자존감을 회복할 방법을 스스로 고르게 했다. 고정 마인드셋 조건의 참가자들은 방어적인 방법—자신보다 못하는 사람과 비교하거나, 이미 잘하는 부분을 다시 연습하는 것—을 골랐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거나, 아직 못하는 부분을 연습하는 개선 지향적 방법을 골랐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이 선택이 실제 자존감 회복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어적 전략은 고정 마인드셋 참가자의 자존감을 더 잘 회복시켰고, 개선 전략은 성장 마인드셋 참가자의 자존감을 더 잘 회복시켰다. 같은 실패 앞에서도, 능력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에 따라 방어로 갈지 개선으로 갈지가 갈린 것이다.
피드백을 받는 태도에도 개인차가 있다
린더바움과 레비(Linderbaum & Levy, 2010)는 이런 개인차를 아예 하나의 척도로 만들었다. 이들이 개발한 ‘피드백 지향성 척도(Feedback Orientation Scale)’는 사람들이 피드백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를 네 가지 하위 요소로 나눈다. 피드백이 자신에게 쓸모 있다고 믿는 정도(유용성), 받은 피드백을 실제로 반영해야 한다고 느끼는 책임감(책무성),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의식(사회적 인식), 그리고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도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피드백 자기효능감)이다. 이 척도에서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피드백을 더 적극적으로 구하고, 실제로 업무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어적 반응을 개인의 심리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길레스피와 리더(Gillespie & Reader, 2025)가 PLOS ONE에 발표한 최근 연구는 이 부분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병원의 민원 응대 직원들—이 환자 불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2,352건의 실제 대화로 분석했다. 오픈 액세스 전문을 직접 확인했다.
응답의 상당수에서 방어적 대응(회피, 논점 흐리기, 감정으로 치환하기 등)이 나타났고, 이런 대응은 조직의 학습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낮췄다. 그런데 연구진의 해석이 흥미롭다. 이 직원들은 대부분 민원의 직접 대상이 아니었다—즉 자기 자신에 대한 위협이 없었는데도 방어적으로 반응했다. 연구진은 이를 개인의 방어기제가 아니라 ‘이중구속(double bind)’으로 설명한다. 조직은 직원에게 민원에 응답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나 자원은 주지 않는다. 이 틈에서 방어적 대응은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덜 나쁜 선택이 된다. 이 연구는 개인 간 피드백이 아니라 조직 대 고객 민원을 다룬 것이라 이 글의 다른 연구들과 대상이 다르지만, “방어는 개인 탓만은 아닐 수 있다”는 시사점은 심리적 안전감, 관리자만 몰랐던 격차에서 다룬 조직 차원의 문제와도 이어진다.
완벽한 설명은 아니다
몇 가지는 밝혀야 한다. 클루거와 드니시(1996)는 저자들이 공개한 전문을 직접 확인했고, 길레스피와 리더(2025, PLOS ONE)도 오픈 액세스 전문을 확인했다. 반면 누스바움과 드웩(2008,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과 린더바움·레비(2010, Journal of Management)는 모두 구독제 저널이라 원문 전체를 확인하지 못했고, 초록과 이를 인용한 여러 2차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이 글에서 다룬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 과제나 학업 상황에서 진행됐고, 실제 직장 내 성과 평가 상황에서 그대로 재현되는지는 별도로 검증돼야 한다. 특히 마지막에 다룬 길레스피·리더(2025) 연구는 개인이 직접 받는 성과 피드백이 아니라 조직이 고객 민원에 응대하는 상황을 다룬 것이라, 이 글의 다른 연구들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그리고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피드백 수용 시의 방어적 반응 자체를 직접 측정한 국내 실증 연구는 이번 리서치에서 찾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때 내가 속으로 준비했던 그 설명은 사실 방어였다. 팀장의 피드백이 나라는 사람 전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보고서 하나에 대한 논평이라는 걸, 그때는 알았지만 느끼지는 못했다. 아는 것과 그 순간에 그렇게 반응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참고문헌
Kluger, A. N., & DeNisi, A. (1996). The effects of feedback interventions on performance: A historical review, a meta-analysis, and a preliminary feedback intervention theory. Psychological Bulletin, 119(2), 254–284.
Nussbaum, A. D., & Dweck, C. S. (2008). Defensiveness versus remediation: Self-theories and modes of self-esteem mainten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4(5), 599–612.
Linderbaum, B. A., & Levy, P. E. (2010). Th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feedback orientation scale (FOS). Journal of Management, 36(6), 1372–1405.
Gillespie, A., & Reader, T. (2025). The complaint handler’s bind: How organisational constraints lead to defensive responses to criticism. PLOS ONE, 20(6), e0325185.
조해람. (2023. 10. 20). 직장인들 “자유로운 피드백, 너무 중요한데…한국에서 잘 될까요”. 경향신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2023 직장 내 근무평가 시스템 및 피드백 관련 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