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이 엊그제 같은데 명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작년 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왔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조카는 다른 얘기를 한다. 그 아이에게는 지난 설부터 지금까지의 1년이 훨씬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방학도, 학년도, 좋아하던 게임도 그사이 몇 번이나 바뀌었으니 당연했다. 같은 1년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배고픈 판사 효과는 사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 안건은 늘 대충 처리됐다 팀장을 맡았을 때 이상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다. 회의 안건이 여러 개 걸린 날, 오전에 다룬 안건에는 다들 이것저것 따져 묻다가도, 오후 늦게 마지막으로 올라온 안건에는 “일단 이렇게 가시죠”라며 빨리 끝내려는 분위기가 됐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다 보면, 저녁 무렵에는…
물어보는 데도 비용이 든다
두 달을 혼자 붙잡고 있었다 입사 2년 차였을 때, 두 달 가까이 붙잡고 있던 보고서가 있었다. 방향을 잡고 자료를 모으는 단계부터 뭔가 애매하다는 느낌이 계속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정도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섰다. 팀장 방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도 몇 번 있었다. 괜히 물어봤다가…
직급을 없애도 위계는 남는다
경력이 지워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저녁 자리에서였다. 오래 알고 지낸 선배가 다니는 회사에서 얼마 전 직급 체계가 바뀌었다고 했다. 대리·과장·차장 같은 호칭이 없어지고, 신입이든 10년 차든 다 같이 ‘~씨’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였고, 처음엔 다들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선배는 표정이…
고립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았다
일본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예전에 『NHK에 어서오세요』라는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주인공인 작품인데, 그때는 그게 일본 특유의 현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좁은 방, 과한 경쟁, 독특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그 나라만의 이야기 정도로 여겼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최근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고립·은둔 상태인 사람의 방을 치워주는 청소업체 영상을 보게…
1인가구 셋 중 하나는 아파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코로나에 걸렸는데 옆에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다들 코로나에 걸릴 때도 나는 용케 피해 다녔다. 이러다 안 걸리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걸렸다. 처음엔 그래도 버틸 만해서 혼자 옷을 챙겨 입고 병원에 다녀왔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열이 확 올랐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 순간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퇴근 후 회복하라는 조언 앞에 놓인 현실의 벽 통근시간
환승 두 번에 도보 10분 퇴근길 지하철은 늘 만원이었다. 자리에 앉기라도 하면 눈을 감고 잠깐이라도 머리를 비우려 했는데, 좁은 틈에 끼어 서서 가는 날이 더 많았다. 환승을 두 번 하고 도보 10분을 더하면 편도로만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집에 도착하면 이미 녹초가 됐다. 원래 하려던 운동이나 책 읽기는 그냥…
청년 3명 중 1명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그 며칠 한동안 일하다가 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들이 이어진 적이 있다. 원래라면 30분이면 끝날 일이 몇 시간씩 걸렸다. 겨우 마무리하고 나면 그걸로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집안일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청소는 손을 놓고 대행업체를 불러 해결했고, 가족 행사와 관련해 챙겼어야 할 일들도 제때 못 챙겨서…
금서로 막아도 결국 다 읽었다
군대에서 만난 금서들 군대에서도 금서라는 게 있었다. 대표적인 게 성인 남성 잡지류였다. 반입 자체가 금지된 품목이었는데도, 어떻게든 부대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막을수록 더 귀해지는 물건이 된 셈이었다. 부대에 돌던 얘기 중에는 막스 베버의 책이 칼 마르크스 책인 줄 알고 금서로 걸렸다는 것도 있었다. 사실인지 직접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그런…
나이 들수록 행복해진다는 공식이 청년부터 깨지고 있다
유독 불안해 보이는 신입을 보며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신입 한 명이 유난히 눈에 밟혔다. 별일 아닌 피드백에도 오래 흔들리고, 회의 중에도 표정이 계속 굳어 있었다. 처음엔 “요즘 애들은 확실히 멘탈이 약하다”는 흔한 말로 넘겼다. 나 때는 안 그랬다는 식의, 그 흔하고 게으른 비교였다. 그런데 그 신입만의 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