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로 막아도 결국 다 읽었다

 

군대에서 만난 금서들

군대에서도 금서라는 게 있었다. 대표적인 게 성인 남성 잡지류였다. 반입 자체가 금지된 품목이었는데도, 어떻게든 부대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막을수록 더 귀해지는 물건이 된 셈이었다.

부대에 돌던 얘기 중에는 막스 베버의 책이 칼 마르크스 책인 줄 알고 금서로 걸렸다는 것도 있었다. 사실인지 직접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그런 얘기가 진지하게 돌 만한 분위기였던 건 맞다. 그때는 그냥 웃긴 해프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 읽은 심리학 글을 보고 이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불 밑에서 몰래 금서를 읽는 아이의 모습, 금서 효과
군대에서 만난 금서들

금서를 많이 읽은 아이일수록 시민 참여도가 높았다

크리스토퍼 퍼거슨(스텟슨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연구가 있다. 미국 남부텍사스의 한 소도시에서 12~18세 청소년 282명을 대상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자주 문제 제기되는 책을 읽는 것과 시민 참여도·성적·범죄·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폈다.

표본은 96.8%가 히스패닉계였고, 지인을 통해 지인을 소개받는 방식(눈덩이 표집)으로 모은 비무작위 표본이었다.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치우친 표본이라 일반화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최근 10년간 자주 문제 제기된 책 30권(해리포터부터 허클베리 핀까지) 목록을 만들고, 이 책들을 얼마나 읽었는지와 시민 참여도(정치·선거 관심, 자선활동 참여), 학교 성적, 범죄 이력, 정신건강 증상의 관계를 살폈다. 결과는 금서를 많이 읽을수록 시민 참여도가 높았고(표준화 계수 .23으로, 이 연구에서 측정한 변수 중 가장 강한 예측 변수였다), 성적이나 범죄와는 관련이 없었다.

정신건강 쪽은 더 복잡했다. 금서를 많이 읽을수록 정신건강 증상(불안·우울 같은 내재화 증상, 공격성 같은 외현화 증상)도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관계는 전체 표본의 약 7%, 그러니까 이미 정신건강 증상이 높으면서 동시에 금서도 많이 읽은 소수 집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소수 집단을 빼고 다시 계산하면 관계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사라졌다.

이 연구를 소개한 Psychology Today 글(토드 캐시단 교수, 조지메이슨대,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책들”)에는 없었지만 원 논문에는 있던 내용도 있다. 이 정신건강 관련 상관관계는 여자아이에게서만 뚜렷했다(내재화 증상 β=.24, 외현화 증상 β=.37, 둘 다 통계적으로 유의). 남자아이는 같은 방향이긴 했지만 훨씬 약했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각각 β=.14, β=.18). 또한 소개 글은 연구가 ‘친화성·정서안정성·개방성’ 같은 성격 특성까지 통제하고도 나온 결과라고 썼는데, 실제 논문에서 통제한 성격 변수는 신경증과 반사회적 성향 두 가지뿐이었다.

왜 막을수록 더 읽고 싶어질까

시민 참여도가 왜 올라갔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연구는 리액턴스 이론을 든다. 셰런 브렘과 잭 브렘이 1960~70년대에 제시한 이론으로, 누군가 내 자유를 제한하려 하면 그 자유를 되찾으려는 심리적 반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금지당한 책일수록 더 읽고 싶어지고, 그 과정에서 권위와 통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는 논리다.

부대 안으로 흘러 들어오던 그 잡지도, 이름 때문에 억울하게 걸렸다는 그 책도, 결국 같은 원리였던 셈이다. 막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 대상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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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막을수록 더 읽고 싶어질까

막는다고 다 막히는 게 아니다

몇 가지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연구는 상관관계 연구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고, 10년도 더 된 단일 연구이며, 표본도 특정 지역·인종에 치우쳐 있다. 정신건강 증상과의 관계도 방향을 알 수 없다. 원래 힘든 상태였던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를 찾아 금서를 더 읽었을 가능성도, 책이 증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둘 다 배제할 수 없다.

직장인 규칙 위반에서 다뤘던 얘기와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그 글에서는 규칙을 무조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다뤘다. 이번 연구도 비슷하다. 금지 자체가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그 대상에 대한 관심과 저항을 더 키우는 경우가 있다.

그 잡지가 그렇게까지 반입될 필요가 있었나 싶고, 막스 베버 책 얘기는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하지만 그 해프닝들이 결국 보여준 건 같았다. 무언가를 못 하게 막는 순간, 사람들은 그걸 더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든 조직을 관리하든, 무조건 막기보다는 왜 막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쪽이 낫다.

이 글은 학술 연구를 개인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자녀나 본인의 정신건강이 걱정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합니다. 정신건강 상담전화 109(24시간, 무료).

참고문헌

Kashdan, T. B. (2026, February 26). The most dangerous books in society.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curious/202602/the-most-dangerous-books-in-society

Ferguson, C. J. (2014). Is reading “banned” books associated with behavior problems in young readers? The influence of controversial young adult books on the psychological well-being of adolescents. 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 8(3), 354–362. https://doi.org/10.1037/a003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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