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경고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팀에 있었던 일이다. 한 팀원이 정식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임의로 환불 처리를 해준 적이 있다. 규정상으로는 명백한 규칙 위반이었다. 보고를 받자마자 든 생각은 “일단 경고부터 해야겠다”였다.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니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 고객은 오랫동안 거래해온 중요한 고객이었고, 정식 절차대로 처리했다면 답변까지 일주일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팀원은 그 일주일을 기다리다 고객을 놓치느니, 규정을 어기더라도 빠르게 대응하는 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처음의 판단이 조금 흔들렸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는 일단 벌부터 주는 게 맞는 걸까.
규칙을 어기는 데는 네 가지 다른 이유가 있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26년 7·8월호에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길 교수가 쓴 글이 있다. 그는 경영학, 사회학, 경제학, 범죄학에 걸쳐 지난 40년간 쌓인 2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했다. 그가 발견한 건, 그동안 이 분야의 연구들이 규칙 위반을 각자 다르게 설명해왔을 뿐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먼저 규칙 위반 자체가 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 윤리·컴플라이언스 이니셔티브의 2023년 글로벌 비즈니스 윤리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의 65%가 직장에서 부정행위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3년 전인 2020년의 60%보다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는 절반이 넘는 직장인이 규칙 위반을 목격했다고 답했는데, 이전 조사들에서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길 교수는 규칙 위반의 동기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자기 이익을 위한 위반이다. 경비를 부풀리거나 승인 절차를 건너뛰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는 경우로, 관리자들이 “규칙 위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유형이다. 둘째는 친사회적 위반이다. 고객이나 동료를 돕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경우로, 앞서 언급한 임의 환불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강요된 위반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사나 동료의 압박, 협박에 못 이겨 규칙을 어기는 경우다. 넷째는 신념에 따른 위반으로, 더 높은 목적이나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규칙을 어기는 경우다. 의료진이 환자를 돕기 위해 병원 내부 규정을 어기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 40년간 2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한 분석
· 전 세계 직장인의 65%가 직장 내 부정행위 목격 경험 (2020년 60%에서 증가)
· 규칙 위반의 네 가지 동기: 자기 이익형, 친사회형, 강요형, 신념형
· 관리자 대부분이 규칙 위반을 자동으로 “자기 이익형”으로 단정하고 처벌하는 경향
길 교수는 여기서 가장 흔한 관리자의 실수를 짚는다. 규칙이 깨졌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일단 자기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단정하고 처벌부터 하는 태도다. 이 접근은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실제로는 네 가지 동기가 있는데도 하나로만 판단하니 상황 파악 자체가 틀리게 되고, 자기 이익 때문이 아니었던 사람까지 싸잡아 처벌하면 조직 안에 오히려 부정적인 파장이 퍼진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어겨지는 규칙은 규칙 쪽의 문제일 수 있다
길 교수의 제안은 단순하다. 규칙이 깨졌을 때 곧바로 반응하기 전에 먼저 “왜”를 물어보라는 것이다. 특히 같은 규칙이 여러 사람에게서, 또는 특정 부서에서 반복적으로 깨진다면 그건 그 규칙이 실제 업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땐 사람보다 규칙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미스터리 쇼퍼 같은 방식으로 현장의 실제 모습을 파악하고, 리더 스스로도 자신이 규칙을 어기거나 실수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개방적인 태도가 직원들이 먼저 이유를 설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이게 “규칙을 어겨도 괜찮다”는 얘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길 교수도 분명히 선을 긋는다. 자기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긴 게 명백하다면 처벌은 여전히 적절하다. 문제는 모든 위반을 그 하나의 틀로만 보는 태도다. 그리고 위반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다루면, 정말 지켜야 할 규칙까지 흔들리는 선례가 될 위험도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돌이켜보면 그 팀원의 환불 처리도 결국 “왜 그랬는지” 물어봤기 때문에 다르게 볼 수 있었다. 만약 그 질문 없이 곧장 경고장부터 날렸다면, 고객을 지키려던 판단은 그냥 “규칙을 어긴 사건”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규칙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 규칙이 계속 어겨지고 있다면, 어겨지는 이유를 묻는 것부터가 진짜 관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Gill, M. J. (2026, July). How the best leaders respond to rule breaking.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6/07/how-the-best-leaders-respond-to-rule-breaking
Beard, A., & Gill, M. J. (2026, June 16). The right way to manage rule breakers [Audio podcast episode]. In HBR IdeaCast.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podcast/2026/06/the-right-way-to-manage-rule-brea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