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니저 시대, 관리 범위가 넓어질 때 벌어지는 일

챙겨야 할 사람이 갑자기 두 배가 됐다

몇 년 전, 전 회사에 다닐 때 팀 개편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후배 두세 명만 챙기면 됐는데, 개편 이후로 담당하는 인원이 갑자기 두 배 넘게 늘었다. 처음엔 그저 ‘해야 할 미팅이 늘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몇 주 지나지 않아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한 사람 한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피드백을 줄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시간이 물리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1:1 미팅은 15분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절반은 급한 불 끄는 얘기로 채워졌다.

그때는 예전에 챙겨주던 만큼 챙겨주지 못한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이직을 하면서 다시 소규모 팀을 맡고 있어 그 시절만큼 벅차지는 않지만,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궁금해진다. 그게 정말 나만 유별나게 서툴렀던 걸까. 최근 읽은 경영 기사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요즘 많은 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슈퍼매니저’ 시대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는 것이다.

여러 개의 메신저 알림과 일정표에 둘러싸여 지친 표정을 짓는 팀장, 슈퍼매니저
15분짜리 1:1 미팅마저 절반은 불 끄는 얘기로 채워졌다

슈퍼매니저 시대, 관리 범위는 왜 계속 넓어지나

기사에 따르면 갤럽이 2026년 1월 발표한 조사 결과, 관리자 한 명이 담당하는 직속 부하 직원 수는 2024년 평균 10.9명에서 2025년 12.1명으로 늘었다. 25명 이상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비중도 13%까지 늘어났다. 기업들이 조직도를 압축하고 중간관리자 층을 줄이면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관리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거대한 평탄화(Great Flattening)’라고 부른다.

리더십 전문가 미셸 헐라인(Michele Herlein)은 이렇게 설명한다.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 자체는 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관리 범위만 늘리고 그 역할을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문제를 미리 막기보다 터진 불을 끄기에만 급급해진다. 그리고 그 관리자 한 명이 소진되면, 부서 전체가 흔들린다. 실제로 한때 부하직원 80명을 관리했던 스킬소프트의 리나 린(Leena Rinne)은, 8명을 관리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개별 면담 시간을 늘리는 대신,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세우는 데 집중해야 했다는 것이다. 개별 면담을 줄이고 방향 제시에 집중한다는 게 말은 쉬워도, 막상 해보면 ‘내가 그 사람을 방치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계속 따라붙는다. 나 역시 인원이 늘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이 불안이었다.

슈퍼매니저, 핵심 포인트
· 갤럽 조사: 관리자 1인당 평균 부하직원 수 10.9명(2024) → 12.1명(2025), 25명 이상 관리 비중 13%
· 조직이 관리 범위만 늘리고 역할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반응적으로만 움직이게 되고 팀 전체가 소진됨
· 부하직원 80명을 관리했던 한 리더는, 개별 면담 대신 명확한 비전과 전략 제시로 방식을 바꿔야 했다고 말함

AI가 관리자의 일을 대신하면서 벌어지는 일

이 주제를 찾아보다가 관련된 다른 글도 우연히 보게 됐다. 포브스 칼럼니스트 조 매켄드릭(Joe McKendrick)이 쓴 글이었는데, 그는 페이팔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숀 워먼(Shaun Warman)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분석을 인용하고 있었다. 워먼은 이 현상을 ‘거대한 평탄화’라고 부르며, 관리 범위가 2013년 평균 8.1명에서 2025년 12.1명으로 늘었고 2028년에는 25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건 공식 통계가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 실린 분석이라, 하나의 정황으로 참고하는 게 맞다.

워먼이 주목한 지점은 이 변화가 AI 에이전트 도입과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팀장·매니저·실무자로 나뉘어 있던 역할이, AI 에이전트와 짝을 이룬 리더 한 명이 25명을 이끄는 구조로 압축되고 있다는 게 그의 추정이다.

이 추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실제로 있다. MIT와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금의 AI만으로도 미국 노동시장의 11.7%에 해당하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데, 일정 조율·보고·성과 관리 같은 관리자의 행정 업무가 여기에 포함된다. 관리자가 하던 일 중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관리 범위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게 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포브스 기사가 인용한 콘페리의 2025년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1%가 소속 조직이 관리 계층을 줄였다고 답했고, 43%는 리더들 사이에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으며, 37%는 관리자 공백으로 방향성을 잃었다고 답했다. AI가 관리자의 행정 업무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나 방향 제시까지 대신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렇게 소진되는 관리자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고성과자 번아웃에서 다뤘던 것과 비슷한 구조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사람을 떠맡게 되고,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는 사라진다.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잘 해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배정된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조직도 개념적 이미지, 슈퍼매니저
잘 해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배정된다

슈퍼매니저가 된 뒤, 바꿔야 했던 것들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 자체를 개인이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방식을 바꾸는 것뿐이다. Fast Company 기사에 인용된 라이징팀(Rising Team)의 창업자 제니퍼 덜스키(Jennifer Dulski)는 이걸 ‘두 개의 C’, 즉 명확함(clarity)과 배려(compassion)로 요약한다. 관리자가 할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챙기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같은 목표를 명확히 보게 만들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다. 개별 면담을 줄이는 대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기준과 방향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리나 린의 조언대로 개별 면담 대신 비전과 전략에 집중하는 방식이 이론적으로는 맞다. 다만 내가 실제로 겪어본 바로는, 그 전환이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았다. 처음 몇 주는 오히려 팀원들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졌나’라고 느끼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더라도, 그 변화를 팀원들에게 먼저 설명하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다.

한국 조직에서는 이 흐름이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의 매니저는 대개 실무를 맡지 않고 관리에만 집중하는 ‘people manager’인 반면, 한국의 팀장은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리·과장급 직급이 통폐합되면서 중간 층이 얇아지는 흐름도 겹쳐 있다. 게다가 챙겨야 할 인원은 늘어도 평가·보상 권한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 책임과 권한의 격차가 미국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명확함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권한이 부족할수록, 팀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에 대한 합의만이라도 확실히 잡아두는 게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결국 이런 방식을 찾지 못한 채 그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소규모 팀을 다시 맡으면서, 그때의 교훈을 뒤늦게 써먹고 있다. 언젠가 다시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챙기는 사람 수만큼 애를 쓰는 대신 방식 자체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참고문헌

Dodgson, L. (2026, February 18). How to thrive in the era of the ‘supermanager’. Fast Company. https://www.fastcompany.com/91492747/how-to-thrive-in-the-era-of-the-supermanager

Gallup. (2026, January 14). Span of control: What’s the optimal team size for managers? Gallup. https://www.gallup.com/workplace/700718/span-control-optimal-team-size-managers.aspx

McKendrick, J. (2026, May 21). AI flattening organizations is the latest chapter in a continuing story.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joemckendrick/2026/05/21/ai-flattening-organizations-is-the-latest-chapter-in-a-continuing-story/

Warman, S. (2026, May 5). The great flattening. warman.life. https://www.warman.life/blog/2026-05-05-the-great-flattening/

Snelling, G. (2025, November 26). MIT’s Iceberg Index reveals which U.S. jobs AI can take over right now. Fast Company. https://www.fastcompany.com/91450119/mit-study-finds-ai-is-already-capable-of-replacing-11-7-of-u-s-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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