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문제인 게 아니라 혼자인 게 문제였다

재택근무는 나에게 하루뿐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던 날, 격리 중에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노트북을 펴고 하루 종일 집에서 일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게 내가 재택근무를 해본 유일한 날이다. 몸은 아프고 밖에 나갈 수도 없는데, 화상 회의 몇 번 말고는 종일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혼자 사는 집이라 그런지 그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아파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 연구를 보니, 그날 느꼈던 감각이 몸이 아픈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리 중 혼자 집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람, 재택근무 정신건강
그날은 그냥 아파서 그런 줄 알았다

재택근무 정신건강, 58만 명을 추적하니 갈렸다

MIT 소속 경제학자 나탈리아 에마뉴엘, 에마 해링턴, 어맨다 팔레이스 연구팀이 2026년 Science에 발표한 연구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된 5개의 전국 대표 표본 조사, 총 58만 8,322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팬데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2021년은 일부러 제외했다. 팬데믹 자체의 충격이 아니라, 재택근무라는 근무 형태 자체의 장기적인 영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직접 “재택근무자”와 “비재택근무자”를 나눈 게 아니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어 재택이 가능한 직군(“재택 가능직”)과 현장에 있어야만 하는 직군(“재택 불가직”)을 비교했다. 재택 가능직은 2024년 기준 근무일의 약 31%를 재택으로 보냈고, 재택 불가직은 약 9%에 그쳤다. 이 격차를 근거로 두 집단의 삶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이랬다. 재택 가능직은 재택 불가직보다 하루 평균 1시간을 더 혼자 보냈다. 심리적 디스트레스, 우울, 불안, 외로움 점수 모두 재택 가능직에서 더 크게 올랐고, 정신건강 상담이나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 비율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2011~2019년과 2022~2024년 사이 벌어진 디스트레스·고립감 증가분의 약 3분의 1이 재택근무 확산으로 설명된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효과는 모두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배우자나 자녀와 함께 사는 사람은 재택 가능직이든 재택 불가직이든 디스트레스 증가폭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오직 혼자 사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엔 오히려 재택 불가직 쪽이 정신건강 점수가 더 나빴는데, 이후로는 그 순서가 뒤집혔다.

이 기사가 함께 소개한 다른 흐름도 있다. 신경다양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 보고서에서는, 자폐나 ADHD가 있는 직원들이 오히려 사무실 복귀(RTO) 정책을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대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들에게는 회복이 아니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이 기사를 쓴 필자 본인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자료이고, 학술지 심사를 거친 연구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재택근무의 효과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가 하나 더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니컬러스 블룸 연구팀이 중국 여행기업 트립닷컴 직원 1,600여 명을 무작위로 나눠 6개월간 진행한 실험에서, 주 2일 재택 방식은 성과 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직률을 3분의 1가량 낮췄다. 특히 비관리직·여성·통근 시간이 긴 직원일수록 이직 의사가 크게 줄었다. 다만 이 연구가 직접 측정한 건 성과와 이직률이지 정신건강이 아니다. 정신건강까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재택·하이브리드 근무가 늘 부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는 하다. 재택근무의 영향은 “좋다/나쁘다”로 한 줄 요약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가에 달린 문제에 가깝다.

텅 빈 집 거실에 혼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는 사람, 재택근무 정신건강
차이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났다

그 3분의 1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어야 할 지점들이 있다. 첫째, “재택 가능직”과 “재택근무를 실제로 한 사람”은 다르다. 재택 가능직도 근무일의 69%는 사무실에 나갔다. 이 연구가 정확히 포착한 건 재택근무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재택이 가능한 직군과 그렇지 않은 직군 사이의 격차에 더 가깝다.

둘째, 효과 크기 자체는 크지 않다. 논문이 보고한 격차는 0.21 표준편차로,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불안을 가끔 느낀다”가 “자주 느낀다”로 한 단계 바뀌는 정도다. 셋째, “혼자 산다”의 기준이 배우자·자녀와 함께 사는지 여부였다는 점도 걸린다.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사람도 이 연구에서는 “혼자 사는” 쪽으로 분류됐다. 넷째, 조사 기간이 팬데믹 회복기와 겹치는 만큼, 재택근무가 아니라 팬데믹의 지연된 여파를 보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짚는 방향 자체는 낯설지 않다. 빈둥지증후군에서 다뤘던 연구도 결국 비슷한 결을 가리켰다. 삶의 만족도를 가르는 건 어떤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시기를 누구와 함께 보내느냐였다. 자녀가 떠난 자리를 부부가 서로에게서 채우는 것처럼, 사무실 동료들과의 우연한 대화가 채워주던 자리도 결국 집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채워지거나, 비게 된다.

한국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조심스럽다. 이 연구는 미국 표본을 썼고, 미국은 통근을 대부분 자가용으로 하는 반면 서울 같은 도시는 대중교통과 도보 이동 비중이 높아 사무실을 오가는 길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접촉의 양과 질이 다를 수 있다. 다만 1인가구 비율이 계속 늘고 있는 한국에서, “누구와 함께 사는가”가 재택근무의 체감을 가른다는 결과 자체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 하루짜리 재택근무를 다시 떠올려본다. 아팠던 탓도 있었겠지만, 화상 회의 몇 번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그 조용함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하루짜리 경험으로 뭔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여전히 매일 사무실에 나간다. 그 하루가 예외였다는 게 이번 연구를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다만 이 연구가 말하는 건 재택근무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 때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문제라는 쪽에 더 가깝다.

이 글은 학술 연구를 개인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의학적·심리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고립감이나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합니다. 정신건강 상담전화 109(24시간, 무료).

참고문헌

Saint Amour di Chanaz, L. (2026, July 20). Remote work worsens mental health: But there’s a twist.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brain-curiosities/202607/remote-work-worsens-mental-health-but-theres-a-twist

Emanuel, N., Harrington, E., & Pallais, A. (2026). Home alone: Remote work, isolation, and mental health. Science, 392(6802), eaec7671. https://doi.org/10.1126/science.aec7671

Saint Amour di Chanaz, L., & Goodison, J. (2026). Simplifying inclusion for neurodiversity. NeuroBridge Reports. https://neurobridge.co.uk/neurobridge-neurodiversity-report/

Bloom, N., Han, R., & Liang, J. (2024). Hybrid working from home improves retention without damaging performance. Nature, 630(8018), 920–925.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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