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직하고 다시 작은 팀을 맡았을 때, 회의 때마다 “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아무도 내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 팀 분위기가 좋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착각이었다는 걸 안 건 팀원 한 명이 퇴사하던 날이었다. 마지막 면담에서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흐릿한데, “그때는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그 자리에서는 별말 못 하고 넘어갔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뒤로 이 질문이 계속 남았다. 팀원들이 조용한 건 정말 동의해서였을까, 아니면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느껴서였을까.

관리자가 믿는 것과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이 질문에 이름을 붙인 개념이 심리적 안전감이다. 의견을 내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게 있고 없고의 차이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중 실제로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약 30%로,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EAP(임직원 지원 프로그램) 기업 Workplace Options 산하 Center for Organizational Effectiveness는 2026년, 이 흐름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봤다. Workplace Options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들의 소속 인원은 전 세계 8,800만 명 규모인데, 그중 실제로 상담을 신청한 직원들이 상담사에게 털어놓은 익명 대화를 분석한 것이다. 8,800만 명 전원을 상담했다는 뜻은 아니고, 그만한 규모의 인력을 커버하는 서비스 안에서 나온 상담 데이터라는 의미다. 설문이 아니라 실제 상담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 다르다.
다만 이 조사는 애초에 상담을 신청할 만큼 힘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평온하게 일하는 다수의 직장인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덜 담겼을 수 있다. 그래도 방향성만큼은 갤럽의 설문 결과와 겹친다.
관리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팀 분위기와, 데이터가 보여주는 팀 분위기 사이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 관리자가 흔히 믿는 것 |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
|---|---|
| “목표는 충분히 설명했다” | 자신에게 기대되는 바를 명확히 안다고 답한 비율 46% — 2020년 56%에서 하락 (갤럽) |
| “우리 조직은 심리적으로 안전하다” | 전 세계 근로자가 상담에서 가장 많이 꺼낸 고민: 워라밸 압박, 상사의 모호하고 계속 바뀌는 기대에 대한 성과 불안, 불분명한 목표 (Workplace Options 산하 Center for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2026) |
에이미 에드먼드슨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방향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실수를 보고하고, 질문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학습 행동이 활발했고, 그 학습 행동이 다시 성과로 이어졌다. 안전감 자체가 곧바로 성과를 만든다기보다는, 안전감이 있어야 문제를 미리 알아챌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에 가깝다.
이 연구를 이끈 도널드 톰슨은 심리적 안전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일을 겪는 방식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아무리 “언제든 말해달라”고 선언해도, 누군가 실제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모습을 동료들이 한 번이라도 목격하면, 선언은 무효가 된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모든 갈등이나 불편함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에드먼드슨도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실수나 문제를 더 자주, 더 빨리 보고한다고 말한다. 안전한 팀은 조용한 팀이 아니라, 불편한 이야기가 더 자주 오가는 팀에 가깝다.
업무 동기 3요소에서 다뤘던 것처럼, 사람은 목표가 불분명하고 스스로 결정할 여지가 없을 때 동기 자체를 잃는다. 심리적 안전감도 비슷하다. 말해도 안 바뀐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입을 다무는 대신 마음을 접는다.
이직하고 다시 작은 팀을 맡으면서 그때 배운 걸 이렇게 써먹고 있다. 요즘 회의에서는 이름을 부른다. “○○님, 이 부분 걸리는 거 있어요?” 대답이 없으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지 않고, 한 번 더 기다린다.
참고문헌
Batchelor, B. (2026, June 23). Worker engagement just hit a decade low — and new data from 88 million employees shows why managers are the problem. Fortune (republished from The Conversation). https://fortune.com/2026/06/23/gallup-worker-engagement-low-psychological-safety-gap/
Gallup. (2026). Employee engagement sinks to 10-year low. https://www.gallup.com/workplace/654911/employee-engagement-sinks-year-low.aspx
Workplace Options, Center for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2026, March). The 2026 Psychological Safety Study. https://psychsafety.workplaceoptions.com/resource/the-coe-2026-psychological-safety-study/
Edmondson, A. C.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https://doi.org/10.2307/2666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