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은 회의 시간의 31%를 딴짓으로 보낸다

 

회의 중에 딴생각을 한 게 아니라, 딴생각을 하다가 회의가 끝났다

팀장이 발표 자료를 넘기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안건이 세 개나 더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슬라이드였다. 그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메신저 몇 개를 확인하고, 옆자리 동료와 눈짓으로 딴 얘기를 하고, 다음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 보니 회의는 끝나 있었다. 이상한 건, 이런 순간이 유독 이 회의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간 회의, 프로젝트 킥오프, 부서 전체 회의 할 것 없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그때는 “회의가 너무 많아서 집중력이 바닥났나 보다”라고 넘겼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 있다. 회의 자체가 많아서 지친 건지, 아니면 회의 안에서 뭔가가 새고 있어서 지친 건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전자라면 회의 개수를 줄이는 게 답이고, 후자라면 회의 안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봐야 한다. “한국은 회의가 유난히 비효율적이다”라는 통념은 꽤 널리 퍼져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로 지목되는지는 원자료를 직접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

회의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집중하지 못하는 직장인
회의가 끝난 줄도 모르고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8년 전 조사지만, 회의 문화를 이만한 규모로 다룬 자료는 드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7년 발표한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은 상장사 직장인 1,000명(대기업 700명, 중견기업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지금 기준으로는 오래된 자료지만, 회의 문화를 이만한 규모로 정면으로 다룬 국내 조사가 이후로는 드물어서, 일단 이 조사부터 짚고 뒤에서 최근 자료와 비교해보려 한다.

결과는 낙제에 가까웠다. 회의문화 종합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고, 그중에서도 효율성 점수가 38점으로 가장 낮았다. 소통은 44점, 성과는 51점이었다. 직장인 한 명이 일주일에 평균 3.7차례 회의에 참석했고, 1회당 평균 51분이 걸렸다. 그런데 이 51분 중 16분, 비율로 따지면 31%가 잡담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회의 본질과 무관한 데 쓰였다. 평균 참석 인원은 8.9명이었는데, 그중 2.8명은 굳이 없어도 되는 ‘불필요한 참석자’로 꼽혔다.

회의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단어를 조사한 항목에서는 ‘상명하달’, ‘강압적’, ‘결론 없음’ 같은 부정적 단어가 90%대 초반을 차지했고(경향신문은 91.1%, 한국일보는 91.9%로 보도해 매체 간 수치가 미세하게 갈린다), ‘자유로움’, ‘창의적’ 같은 긍정적 단어는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회의실에 불필요하게 많이 모인 참석자들을 보여주는 이미지
8.9명이 모였지만, 2.8명은 굳이 없어도 됐다

비슷한 시기 잡코리아가 직장인 7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회의> 설문에서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72.8%가 “본인이 참석하는 회의 중 일부는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회의 문화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57.6%)이 “만족한다”(42.4%)보다 15.2%p 높았다. 불만족 이유로는 상사의 얘기만 듣는 수직적 진행(52.7%),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남(41.5%), 진행·구성의 비효율(28.9%)이 꼽혔다(복수응답). 상사의 얘기만 듣는 수직적 진행이 불만족 이유 1위라는 건, 회의에서 아래에서 위로 가는 말이 막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리적 안전감, 관리자만 몰랐던 격차에서 다룬 관리자의 착각과, 물어보는 데도 비용이 든다에서 다룬 실무자의 침묵이 만나는 지점이 정확히 회의실이다.

2025년 조사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8년이나 지난 조사라 지금도 유효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인크루트가 2025년 9월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절반이 넘는 56.0%가 “회의 중 딴짓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딴짓 비율이 가장 높은 직급은 사원(46.9%)이 아니라 대리(70.0%)였고, 과장(62.4%)·부장(59.8%)·임원(55.2%)이 뒤를 이었다. 딴짓의 종류로는 ‘다른 생각 하기'(61.5%)가 가장 많이 꼽혔다.

8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비교되는 두 개의 회의 장면 또는 통계 시각화
8년이 지나도 ‘답정너’라는 불만은 그대로였다

회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효율적이다’는 응답이 38.1%로 가장 많았지만, ‘잘 모르겠다'(31.8%)와 ‘아니다’·’매우 아니다’를 합친 부정 응답(30.1%)도 만만치 않았다. 비효율적이라고 답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1위는 “의견과 상관없이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어서”(56.0%)였고, “회의의 목적이나 결론이 없어서”(52.7%)가 뒤를 이었다. 2017년 대한상의 조사의 헤드라인이 ‘답정너’였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가 8년 뒤에도 1위 이유로 나온 셈이다. 측정 방식은 다르지만(2017년은 시간 비율, 2025년은 경험 유무), 방향성—회의 중 집중이 새고, 그 원인은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느낌—은 놀라울 만큼 일관됐다.

개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이렇게 보면 “회의를 줄이자”는 흔한 처방이 핵심을 비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의 개수를 절반으로 줄여도, 그 회의들이 여전히 다수의 인원이 모여 상명하달식으로 진행되고 결론 없이 끝난다면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딴짓 비율이다. 이건 회의의 존재 자체보다, 회의가 진행되는 방식—참석자 구성, 발언 구조, 안건 처리 순서—이 문제라는 신호에 가깝다.

평균 8.9명이 모인 회의에서 실제로 발언하는 사람은 몇 명일까. 직급을 없애도 위계는 남는다에서 봤듯, 호칭이 평평해져도 누가 먼저 말하고 누가 기다리는지는 잘 바뀌지 않는다. 참석자를 줄이는 것과 발언 구조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전자만 손댄다고 후자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배고픈 판사 효과는 사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에서 다룬 결정 피로 논쟁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 그 글에서 살펴봤듯, 판사의 판결이 세션 후반부로 갈수록 대충 처리된다는 현상은 정신적 소진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시간 관리·안건 순서 같은 구조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의도 비슷하다. 안건이 여러 개 걸린 회의에서 뒤로 갈수록 논의가 부실해지는 게 순전히 참석자들의 의지력이 바닥나서인지, 아니면 애초에 시간 배분과 안건 순서가 잘못 설계됐기 때문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완벽한 설명은 아니다

몇 가지는 짚어야 한다. 이 글에서 다룬 자료는 학술 논문이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잡코리아·인크루트가 진행한 실태조사·설문조사다. 표본 추출 방식이나 통계적 검증 절차가 학술 연구 수준으로 공개돼 있지 않고, 응답자의 자기 보고에 의존한 인식조사라는 한계가 있다. “31%가 딴짓에 쓰인다”는 수치도 정밀한 시간 측정이 아니라 설문 응답 기반 추정치다.

대한상공회의소 원문 보고서(korcham.net)는 이번 리서치에서도 직접 접근하지 못했다. 대신 한국일보·경향신문·네이트뉴스 세 매체의 2017년 2월 26일자 보도를 교차 확인했는데, 핵심 수치(45점, 38점, 44점, 51점, 3.7회, 51분, 16분, 8.9명, 2.8명)는 세 매체가 모두 일치했다. 다만 부정어 비율만 경향신문(91.1%)과 한국일보(91.9%)가 미세하게 달랐고, 긍정어 비율도 각각 8.9%와 9.9%로 갈렸다. 어느 쪽이 원문 그대로인지 원본 보고서 없이는 확정하기 어려워, 본문에는 “90%대 초반”으로 두 수치를 병기했다.

국내 학술지(KCI)에서도 회의 효율성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논문은 찾기 어려웠고, 인접 주제인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성과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7·2018년과 2025년 조사는 질문 방식(시간 비율 vs 경험 유무)이 달라서 엄밀한 시계열 비교는 아니라는 점도 밝혀둔다. 그럼에도 두 시점 모두에서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불만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은, 8년의 간격과 재택·화상회의의 보편화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의 핵심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회의에서 딴생각을 했던 게 순전히 내 집중력 문제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8.9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말할 차례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 16분은 애초에 다른 데 쓸 시간이었던 셈이다.

참고문헌

대한상공회의소. (2017. 2. 26). 국내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해법. [한국일보·경향신문·네이트뉴스 2017.2.26.자 보도 교차 확인, 원문 미확인]

잡코리아. (2018. 4. 12). 직장 내 회의 관련 설문조사.

인크루트. (2025. 9. 30). 회사 회의는 정말 효율적일까? [더스쿠프 재인용]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